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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혼잡 줄이려 도로를 줄인다 … 영등포의 역발상
최악 체증 영중로, 3차로 → 2차로 '도로 다이어트' 추진
 
베트남투데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으로 둘러싸인 영중로는 국내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도로다. 타임스퀘어의 지난해 교통유발부담금은 12억2200만원으로 5년째 전국 1위다. 그런데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영등포구가 내놓은 대안은 ‘도로 다이어트(줄이기)’다. 도로를 줄이면 오히려 교통량이 줄고, 보행환경이 개선된다는 선진국 대도시의 역발상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런던 박물관 거리, 차.보행자 '2차로 공존'

▲  영국 런던 사우스 켄싱턴 역에서 하이드파크에 이르는 박물관 거리의 도로 개선 공사 이전(왼쪽)과 이후. 바닥 격자무늬가 차량 속도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사진 데일리메일]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 인근엔 신호등도, 표지판도, 경계석도 없는 도로가 있다. 차 운전자들은 보행자들과 눈을 맞추며 시속 20마일(약 32㎞) 이하로 느릿느릿 지나간다. 시민들은 차량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게 길을 건넌다. 이곳은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등 문화예술시설들이 밀집한 박물관 거리(exhibition road). 연간 1100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2010년 이전까지 불편한 보행환경과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았던 곳이다. 보행자 교통사고도 매년 30건 이상 발생했다. 2012년 올림픽을 앞둔 런던은 이곳을 개선 대상 1순위로 선택했다. 시 당국은 ‘보행자와 차의 공존’을 목표로 세우고 기존에 없던 도시 디자인을 추진했다.

2009년 런던시의회는 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2900만 파운드(약 491억원)의 예산을 의결했다.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신호등과 가드레일을 없애는 대신 격자무늬(Criss-cross)를 도로에 입혔다. 이 무늬는 도로 양편을 시각적으로 연결시킨다. 길을 건너는 보행자는 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자유롭고, 운전자는 선을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힘들다. 일종의 시각심리 효과를 도입한 것이다. 이 결과 교통량이 30%가량 줄고 관광객도 크게 늘어났다.

박물관 거리는 “최고의 도시 혁신”이라는 찬사 속에 2012년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 건축상을 받았다. 현지 조사를 했던 남궁지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전 연구원은 “박물관 거리는 보행자 움직임을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수년에 걸쳐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한 런던 행정가들의 정치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 줄이면 교통량 감소 …'브라에스 역설' 한국 첫 실험
 
▲ 영중로는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에게 최악의 코스다. 시연우씨가 유모차를 밀고 영중로 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유모차는 1.5~2m의 좁은 통로를 지나가기 어려웠다. [강정현 기자]
서울 영등포구가 혼잡한 도로를 넓히지 않고 거꾸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역발상의 근거는 무엇일까.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11일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면 체증이 극심해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며 “공급(도로 확장)이 교통 수요를 늘린다는 건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 타당성 평가를 마친 영등포구는 6월까지 기본설계 용역을 마무리한다. 또 노점을 규격화된 판매대로 정비할 계획이다.

도로 다이어트(줄이기)는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돼 있다. 현재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선 차로 줄이기 공사가 한창이다. 차로를 줄이면 교통량이 감소해 차가 덜 막히고, 보행자가 늘어나 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번화가인 오모테산도는 ‘주차장 없는 상권’을 콘셉트로 재개발됐다. 실제로 불법주차가 줄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도로 줄이기의 이론적 근거는 ‘브라에스의 역설(Braess’ paradox)’. 이 역설은 도로를 줄이면 오히려 교통량이 감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해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은 “차량의 급격한 증가로 사회간접자본(SOC)만으론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게 됐다”며 “도심에서 차를 밀어내고 순환도로를 활성화하는 도시 디자인이 각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역설의 첫 실험 대상으로 떠오른 영중로는 쇼핑몰로 들어가는 차와 나오는 차, 경인로에서 여의도로 향하는 차, 서부간선도로에서 영등포로 유입되는 차가 모두 거쳐 가는 지점이다. 지난 1일에도 영중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주부 시연우(31)씨는 5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쇼핑몰로 향했다. 하지만 시씨는 유모차와 함께 보도에 갇혀 버렸다. 3~5m 폭의 보도엔 노점들이 밀집해 실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유효보행폭은 1.5m 정도였다.

영중로에 들어선 노점은 71개. 좁은 보행공간을 걷다 보면 버스정류장을 만나게 된다. 버스에 내리고 오르는 사람들로 인해 정류장 부근의 유효보행폭은 ‘0’에 가깝다. 성인은 어깨를 부딪히며 통과할 수 있지만 유모차를 밀고 나아가긴 힘들다. 정류장 옆을 지날 때 시씨는 결국 차도로 내려가 유모차를 밀어야 했다. 

영중로의 보행 서비스 수준은 어깨를 부딪혀야 겨우 걸을 수 있는 ‘D등급’이다. 영등포구는 차로를 하나 줄이면 보행공간의 너비가 5~7m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행 수준은 B등급(보행자 간 평균 거리 2m)으로 올라간다.

서울시는 도로를 줄여도 교통체증이 심해지지 않을 것이란 영등포구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서울시 김현식 보행친화기획관은 “영중로를 보행환경개선지구에 포함시켜 시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도로를 줄일 경우 교통량이 현재와 같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평균 차량 속도가 현재 시속 18㎞에서 17㎞로 줄어들 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 혼잡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는 경찰은 신중한 자세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우선 노점들을 정비한 다음 보행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때 도로 줄이기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점상의 반발도 부담이다. 떡볶이를 팔고 있는 양모(49·여)씨는 “노점을 영중로에서 내쫓으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이해당사자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립대 정석(도시공학) 교수는 “선진국이 도로를 줄이는 데 보통 6~8년 정도 걸렸다”며 “정책 아이디어를 단번에 실현한 사례가 없는 만큼 장기적 비전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5/03/12 [19:15]  최종편집: ⓒ vietnam2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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